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2020, PS4)
    카테고리 없음 2020. 11. 15. 01:45

    파이널 판타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 시리즈 중 하나다.

     

    파판 게임을 할 때마다 항상 긴 시간을 쏟았지만 아직 전혀 안 해본 엔트리도 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파판7 원작이다. 파판을 좋아한다면서 정작 시리즈 중에서 가장 성공한 파판7을 안 해본게 아이러니한데, 마침 리메이크가 올해 발매되어서 사서 해봤다. 덕분에 원작을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선입견을 갖지 않고 게임의 재미에 대해 판단할 수 있었다 (이 글에서 원작을 언급하는 모든 부분들은 이 게임을 깬 후 원작을 잠깐 플레이해보면서 알게 된 것들이다).

     

    이 이전에 마지막으로 했던 파판 게임이 파판15였는데, 너무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 게임은 제발 망겜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플레이했다. 다행히도 망겜은 아닌 것 같고 평범~수작 정도 사이라고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글에서는 여러 측면에서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에 대한 썰을 풀며 내 생각들을 정리해보았다.

     

    * 게임의 스토리를 직접 서술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많은 양의 스샷과 움짤로 원하지 않게 스포를 당할 수 있으니 주의 바람.

     

    1회차 클리어 플레이타임: 44시간
    플래티넘 플레이타임: 94시간

     

    발매 전부터 분할 판매로 논란이 된 리메이크

    일단 전체적인 줄거리는 무난한 JPRG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작은 일에 휘말렸던 주인공이 나중에는 세상을 구하는 모험을 떠나게 되는, 그런 스토리. 어차피 스토리 자체는 옛날 원작의 스토리를 베이스로 하고 있고, 이런 스토리의 좋고 나쁨은 사람마다 주관이 워낙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굳이 이 부분에 대해 더 자세히 얘기하지는 않겠다 (스포일러의 여지도 있고). 그 대신, 여기서는 전체적인 스토리 말고 스토리와 관련된 여러 이슈에 대해 지엽적으로 얘기해보겠다.

    우선, 스토리의 길이에 대한 문제. 파판7 리메이크의 스토리는 원작에서 약 5시간이 소요되는 미드가르 탈출 구간에 해당된다. 다시 말해, 반나절 만에 끝나는 스토리에 살을 왕창 붙이고 게임플레이 요소를 추가해서 하나의 독립된 게임으로 만든 것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 스토리를 억지로 불려 속 빈 강정으로 만들었다고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고, 원작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았던 사건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제공한 거라고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이렇게 하게 된 배경은, 파판7 리메이크가 분할 판매 정책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원작을 리메이크하되 하나의 게임으로 발매하는 것이 아니라 파트1, 파트2 등 여러 에피소드에 걸쳐 발매하겠다는 것이고 이 게임은 그 중 파트1에 해당된다. 1997년에 발매되었을 때에도 그 방대한 볼륨으로 역대급 호평을 받은 원작을 최신 플랫폼으로 이식하려다 보니 너무 일이 커져서 여러 에피소드로 쪼갰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짐작하겠지만 이 소식이 전해졌을 때 꽤나 큰 논란이 되었다. 안 그래도 요즘 게이머들은 소비자 등쳐 먹는 게임사를 몹시 싫어하는데, 20년도 더 된 게임을 굳이 되살려서 단물을 쪽쪽 빨아먹는 것 같은 행태를 보이려고 하니 비판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참고로 파판7은 이미 파생작이 몇 개나 나왔다). 더구나 파판13 3부작과 파판15가 악평을 꽤 많이 받았던 터라, "이번에도 역시나" 하면서 실망한 사람들이 적잖았던 모양이다. 보아하니 디렉터 관련해서도 좀 얘기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내가 자세히 모르니 궁금한 사람은 더 찾아보기를 권한다.

     

    엔딩에서 아예 대놓고 후속작을 기대하라고 한다

    뭐 사실, 여러 게임으로 쪼개서 판다고 해도, 각 게임의 컨텐츠가 충분히 다양하고 퀄리티가 높으며 독립된 게임으로서 적당한 양의 스토리를 소개해주면 그리 큰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파판7 원작처럼 스퀘어 에닉스 게임사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그리고 JRPG 장르에 큰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그 캐릭터들이나 OST 등이 다른 작품을 통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게임이라면, 오히려 여러 편에 걸쳐서 리메이크해 컨텐츠를 잔뜩 뿌려주는 게 팬들의 입장에서 더 좋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나만 해도, 닌텐도에서 옛날 젤다 게임을 여러 편으로 리메이크한다고 하면 마냥 싫지만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이미 알려져 있는 완성된 스토리를 2부작이나 3부작으로 다시 만드는 일은 드물긴 하지만 간간히 있었으며, 게중에는 꽤나 호평을 받은 작품도 있기 때문에 비슷한 기대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실제로 파판7 리메이크는 만족할 만한 컨텐츠를 제공하는가? 한 마디로 딱 대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맥락이 무엇이냐에 따라, 좋은 컨텐츠를 제공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원작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불친절한 스토리와 컷신들

    원작을 해보지 않은 사람 입장에서 확실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이 게임의 스토리텔링이 원작의 스토리를 모르는 사람한테 굉장히 불친절하다는 점이다. 우선, 메인 악역인 세피로스. 세피로스라는 인물이 게임계에서 워낙 인기 있는 악역이라, 제작사에서는 그를 리메이크 1편부터 등장시켜 임팩트를 주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세피로스는 물론이고,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긴 그의 검도 볼 수 있다

    이 게임은 원작 스토리에서 세피로스가 등장하지 않는 앞부분만 다루고 있기 때문에, 스토리 서사 순서를 바꾸지 않으면 세피로스는 이 게임 내내 한 번도 등장하지 않게 되어버린다. 그런 사태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몰라도, 세피로스는 게임 초반의 회상 장면부터 당당히 등장하며 중간중간 컷신에서도 틈틈이 고개를 내민다.

     

    문제는, 세피로스가 들어간 컷신을 마구 보여주면서 정작 걔가 왜 나쁜 놈인지, 목적이 무엇인지 단 한 번도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작 스토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떡밥을 모두 알아챌 수 있겠지만, 나처럼 원작을 모르면 의미가 불명확한 장면만 실컷 보다가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은 채 게임이 완결성 없이 끝나버린다. 원작의 앞부분만 커버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떡밥을 후속작에서 회수하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본편에서 주가 되는 어떤 메인 스토리를 보여줘야 하는데, 초반부터 세피로스 얼굴을 계속 슬쩍슬쩍 보여주는 바람에 솔직히 미드가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다 부수적인 것처럼 느껴졌다.

     

    뭔가를 암시하는 떡밥인 건 알겠는데 끝내 설명은 듣지 못했다
    세피로스가 적인건 알겠는데 왜 막아야 하는지 제대로 설명을 안 해준다

    원작에서는 초반에 세피로스의 이름만 간간이 언급되기 때문에 "뭔가 커다란 배후가 있구나" 라고 생각하며 보게 되는데, 이 게임에서는 캐릭터가 직접 등장해놓고 게임이 끝날 때까지 알 수 없는 행동만 보이다가 사라져서 상당히 김빠지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이 리메이크를 단일 게임으로 제작할 때에는 세피로스와 관련된 미스터리들이 어차피 게임 후반에 모두 풀릴 것이기 때문에 세피로스의 이른 등장이 별 문제가 안 되다가, 분할 판매로 노선을 바꾸면서 그게 문제가 되리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게 아닐까 싶긴 한데.. 게임의 긴 개발 기간을 생각하면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세피로스와 관련이 없는 컷신들도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컷신이 그냥 너무 많다. 나는 성우들 목소리 듣는 게 좋아서 왠만하면 컷신 스킵을 잘 안하는데,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컷신 때문에 질려서 결국 몇 번은 스킵하고 말았다. 게다가 적지 않은 컷신들이 스토리를 전개시키는 데에 필요한 것들이 아니고 알 수 없는 떡밥 뿌리기 또는 캐릭터 간 잡담이다. 원작에서 매우 짧게 등장했던 캐릭터들을 이번 게임에서는 비중 있는 조연들로 만들어줬는데, 이들을 위한 컷신을 일일이 다 넣어주다 보니 게임이 좀 장황해진 것 같다.

     

    오랜 팬들이야 여러 캐릭터들을 보면 반갑고 기분 좋겠지만, 나는 그저 그랬다. 어떤 기사를 보니 이를 JTBC의 '슈가맨' 방송 프로그램에 비유하면서 "시간이 흘러 등장한 슈가맨의 등장에 어색한 박수를 치는 10대 관객의 모습" 이라는 표현을 썼던데, 딱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너무 무미 건조하거나 오그라드는 대화 장면들을 넣다 보니 어떤 캐릭터들은 팬들조차 싫어하는 것 같다.

     

    근데 이게 그냥 흐름만 끊는게 아니라 게임플레이 측면에서도 재미를 많이 놓쳐버리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RPG들에서는 플레이어가 전투만 하다가 피곤해지는 것을 막으려고 퍼즐이나 기타 요소를 곳곳에 넣어서 변화를 주기도 하는데, 이 게임은 그럴 만한 시점들에 컷신을 넣어버려서 좀 단조로운 면이 있었다.

     

    직접 보고 하게 놔뒀으면 좋은 퍼즐이었을텐데, 그걸 굳이 또 설명하고 있다

    컷신 문제는 전투에까지 이어진다. 보스 전투 중에 보스 페이즈가 바뀌는 순간을 컷신으로 처리하는데, 연출 측면에서는 꽤 멋잇는 장면들을 구경할 수 있지만 컷신이 나오기 직전에 기술을 쓰고 있던 상황이라면 그 기술이 끊겨버린다. 데미지가 센 기술로 극딜을 때려박고 있던 터라면 그냥 스킬 날린다고 보면 된다.

     

     

    스토리의 답답함을 숨겨주지 못한 시시하고 뻔한 서브퀘스트들

    스토리 얘기를 해봤으니, 이번에는 메인 스토리가 아닌 서브퀘스트 얘기를 해보자. 많은 RPG들에서는, 메인퀘스트만 밀다가 좀 루즈해지면 서브퀘스트나 기타 미니게임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준다. 서브퀘스트의 비중이 매우 크고 잘 설계되어 있는 경우도 있는데, 잘 만든 오픈월드 RPG 게임들이 주로 서브퀘스트도 흥미롭다.

     

    갓 오브 워의 섭퀘는 게임의 세계관에 깊이를 더해주며 플레이어가 맵을 탐방할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나는 서브퀘스트나 미니게임의 재미를 따질 때, 1) 메인퀘스트와 다른 성격의 컨텐츠를 제공하는지, 2) 메인퀘스트와 다른 새로운 스토리를 제공하는지를 중심적으로 본다. 1의 예로는 파판8의 트리플 트라이어드 카드 미니게임이 있고, 2의 예로는 엘더스크롤 스카이림의 여러 팩션 퀘스트 라인이 있다.

     

    이 게임 역시 여러 서브퀘스트와 할거리를 제공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딱히 기억에 남을 만한 퀘스트가 없었다. 안타깝게도 파판7 리메이크 서브퀘스트들은 컨텐츠나 스토리 어느 쪽으로도 나에게 큰 만족을 주지 못했다. 대부분의 퀘스트들이 특정 몹을 잡거나 특정 아이템을 찾아서 NPC에게 갖다주는, RPG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류의 빵셔틀 퀘스트들이었다 (소위 fetch quest라고 부르는 단순한 패턴).

     

    또한 주인공 클라우드가 용병이라는 설정이니까 몬스터를 처치해서 마을 사람들을 도와주는 퀘스트들을 수행하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세계관에 깊이를 더하거나 메인 캐릭터들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흥미로운 퀘스트는 없었다. 그저 '나 도와줘! 고마워 안녕!' 식으로 얕게 끝나는 것 밖에 없어서 매우 아쉬웠다.

     

    퀘스트의 내용도 아쉬웠지만, 게임의 전체적인 흐름 상에서 서브퀘스트가 배치된 위치에 대해서도 다소 의아한 점들이 있었다. 보통 RPG에서는 메인퀘스트를 진행할 수록 서브퀘스트들이 하나둘씩 해금되면서, 게임 후반에는 모든 서브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처음에는 메인 컨텐츠에 집중하게 하면서, 게임이 슬슬 루즈해질 때 진척도와 난이도에 맞게 서브퀘스트로 숨통을 트게 하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본인이 원하는 페이스에 맞게 퀘스트를 바로 깨거나, 나중에 한꺼번에 깨거나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게임은, 특정 챕터에 서브퀘스트를 몇 개 줬다가 그 챕터가 지나면 한동안 퀘스트를 못하게 하고, 다시 또 어느 챕터에 몇 개 줬다가 또 못하게 한다. 구체적으로는 총 18장의 챕터 중 3장, 8장, 9장, 14장이 소위 '서브퀘스트 챕터'로, 서브퀘스트는 이 챕터들에서만 발생하며 각 챕터의 퀘스트는 해당 챕터에서만 할 수 있다. 안 그래도 퀘스트 내용이 별거 없는데 심지어 그것조차 내 마음대로 못하고 게임이 정해준 짧은 시기에만 할 수 있다. 사실상 말이 서브퀘스트고 그냥 메인퀘의 연장선이라 해도 무방할 듯 싶다.

     

    RPG 장르의 AAA 게임 치고 섭퀘의 양도 현저히 적다

    이쯤되면 짚고 넘어거야 하는 것이 있다. 서브퀘스트는 말 그대로 부수적인 요소일 뿐인데 서브퀘스트 좀 별로라고 이렇게까지 실망한 일인가? 메인 컨텐츠만 재밌으면 된 거 아닌가?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메인 컨텐츠가 압도적으로 재밌으면 서브퀘스트고 뭐고 볼 필요도 없이 갓겜이다.

     

    그러나 격투게임이나 슈팅게임과 달리, RPG에서는 플레이어가 긴 플레이타임 동안 하나의 커다란 스토리를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중간에 쉬어가는 컨텐츠가 서브퀘스트의 형식으로 제공되는 것이 좋다. 1인용RPG 게임의 메인 컨텐츠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결국에는 혼자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다인용 게임에 비해 단조로움이 더 쉽게 부각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단조로움을 차단해주는 것이 바로 서브퀘스트다. 비록 이름은 '서브'퀘스트일지라도 RPG 장르에서 서브퀘스트가 하는 역할은 단지 메인 컨텐츠를 보조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유튜브에 "서브퀘스트"나 "side quest"를 검색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RPG 게임의 서브퀘스트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이 게임의 서브퀘스트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유저 의견도 찾아볼 수 있다.

     

    퀘스트 얘기를 하는 김에, 이 게임에 있는 여러 퀘스트 분기에 대해서도 얘기해보자. 사실 말이 분기지, 그냥 게임을 진행하면서 여러 인물과의 대화 도중 어떤 선택지를 택했는지에 따라 발생하는 퀘스트가 아주 조금씩 달라지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진엔딩이라든지, 스토리가 바뀌는 선택지는 전혀 없다. 웬만하면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넘어가겠는데, 하필 또 모든 퀘스트를 깨야 얻을 수 있는 트로피가 있어서 나는 그거 얻겠다고 결국 삽질을 했다 (같은 챕터를 두세 번 리플레이하면서 매번 다른 선택지를 골라야 모든 컨텐츠를 다 볼 수 있다).

     

    호감도 쌓는다는 느낌으로 선택지를 고르면 된다

    무엇보다 귀찮았던 건, 각 분기를 타기 위한 조건들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퀘스트를 몇 개 이하로 깨거나 NPC와의 호감도를 얼마 이상으로 맞추는 등의 조건들인데, 알고 나면 달성하기는 쉽지만 모르면 한참을 헤맬 만한 성격의 것들이다. 이게 무슨 미연시 게임도 아니고, 분기마다 다른 점이래봤자 고작 컷신 몇 개가 달라지는 수준인데 그걸 또 숨겨놨다는게 참 괘씸하다. 이런 거 신경 쓸 시간에 퀘스트 내용을 더 알차게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이다.

     

     

    클래식 턴제 방식과 실시간 액션을 적절히 섞어놓은 전투 시스템

    나는 개인적으로 파판의 클래식한 ATB 전투 시스템을 좋아한다 (기본 턴제+약간의 실시간 요소). 어릴 때 파판8을 즐겼던 향수가 남아 있기도 하고, 또 이후 파판9와 파판13을 통해 많이 경험해서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판7 리메이크가 비슷한 전투 시스템을 차용했어도 별 불만 없이 반겼을 것이다. 실제로 파판7 원작도 ATB 방식이다.

     

    그런데 왠걸, 까보니까 액션 RPG 게임에 더 가까웠다. 물론 다크소울 류의 하드코어한 액션 게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쉽고 캐쥬얼하긴 한데, 그래도 원작의 전투 시스템을 과감하게 버리고 실시간 액션 방식으로 옮겨간 것은 의외였다. 턴제 vs. 액션 RPG 논쟁은 전부터 사람들끼리 호불호가 크게 갈리던 떡밥이라, 기존 원작에서 ATB 방식이던 전투 시스템을 리메이크하면서 액션으로 바꾸면 분명히 싫어하는 팬이 있을텐데 (실제로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장르 변환을 시도한 걸 보면 꽤나 자신감이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요즘은 액션 장르의 게임이 더 많고 상대적으로 더 대중적이기 때문에 시대의 요구에 잘 부응한 셈이다.

     

    평타를 연타하는 경우가 많아 핵 앤 슬래시 느낌이 제법 난다

    기본적으로 전투 도중 자유롭게 필드 위를 움직여서 적의 느린 공격을 피하거나 적의 후방을 노릴 수 있고, 가드나 회피 커맨드도 따로 있다. 기존 턴제나 ATB 방식에서도 후방 공격이나 가드 정도는 가능하긴 했지만 액션 게임 특유의 긴박함은 없었기에, 적의 공격에 맞춰 순간적으로 막거나 피하는 게임플레이를 파판 게임에서 경험하는 것이 확실히 새로웠다.

     

    여기서 게임사가 참 잘했다고 느껴지는 점이, 전투 시스템을 액션 베이스로 하되 파판 시리즈의 상징적인 마법과 스킬을 플레이어가 전투 중에 구사할 수 있도록 파판식 커맨드 입력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캐릭터 별로 ATB 게이지라는 것이 있어 전투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조금씩 차는데, 적당히 찼다면 커맨드 창을 열어서 원하는 마법이나 스킬을 목록창에서 골라 사용할 수 있다. 캐릭터 별 기본 공격과 특수 어빌리티, 가드, 회피는 이 ATB 게이지와 무관하게 아무 때나 취할 수 있는 행동들이고 그 외 모든 마법과 스킬은 ATB 게이지를 소모해서 써야 한다. 궁극기와 소환수 소환은 게이지를 소모하지는 않지만 마찬가지로 커맨드 창을 열어서 선택한다.

     

    커맨드 창을 열면 순간적으로 슬로우 모션이 되면서 원하는 커맨드를 선택할 여유가 생긴다

    전투 도중에 커맨드 창을 열어야 하면 전투 흐름이 뚝 끊겨버리지 않는가? 맞는 말이다. 단 한 순간도 액션이 끊기는걸 원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싫어할 만한 전투 시스템이다. 하지만 위 움짤들에서 볼 수 있듯이 플레이어의 손만 빠르면 커맨드 입력은 순식간에 끝나며, 자주 쓰는 커맨드는 단축키로 등록해놓을 수 있어 마음만 먹으면 커맨드 창을 한 번도 안 열고 전투를 진행할 수 있다.

     

    드물긴 하지만 마치 격투 게임에서 콤보 넣듯이 기술 간 연계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만약 파판7 리메이크의 전투 시스템을 순수 액션 방식으로 디자인했다면, 기존에 출시되어 호평을 받았던 액션 RPG들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위쳐3, 블러드본, 니어:오타마타, 호라이즌 제로 던, 갓 오브 워 등등). 스퀘어 에닉스가 액션 RPG을 못 만든다는 말이 아니라 (뭐... 파판15를 보면 못 만드는 것 같긴 한데), 순수 액션으로 가서 기존 액션 RPG들과 정면으로 비교를 당하는 것보다는 파판 시리즈의 특성을 살려서 차별점을 두는 것이 더 낫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 게임의 전투 시스템은 액션을 베이스로 하지만 이른바 신컨을 필요로 하는 액션 요소는 별로 없다. 타 액션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스트 가드가 없으며 (적의 공격 타이밍에 딱 맞춰 가드하면 데미지가 전혀 안들어오거나 자동반격이 발동하는 시스템), 회피 또한 무적 프레임이 없어서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냥 가드 버튼을 꾸욱 누르고 있는 편이 안전하다.

     

    조금이라도 호밍 특성이 있는 기술은 회피로 피하기가 힘들다 (절대 내가 타이밍 못 잡은 게 아님 아무튼 아님)
    이런 광역 공격은 사실상 회피로 못 피하고 무조건 가드해야 한다

    이렇게 플레이어의 빠른 반응 속도나 순발력, 순간적인 센스를 필요로 하는 게임플레이 요소는 줄이고, 그 대신 전통 턴제 게임에서 전략을 짜듯 판을 분석해가며 천천히 플레이하던 느낌을 살려놓은 것이다. 보스의 패턴을 완벽히 숙지하고 있더라도 순수 액션 RPG에서는 그 패턴을 공략할 컨트롤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반면, 이 게임에서는 그런 피지컬보다는 장비, 마법이 제대로 장비되어 있고 어떤 상황에 어떤 마법/스킬을 써야 하는지를 아는 게 더 중요하다. 속성 공격, 회복, 버프, 상태 이상 등 파판 시리즈에 항상 있어 왔던 마법들을 볼 수 있으며 캐릭터 별로 쓸 수 있는 스킬도 다르고 장비도 능력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해서 이를 모두 활용하는 재미가 있다. 

     

    궁극기를 쓰면 전용 카메라 연출이 나와서 멋있는 척도 할 수 있다

    말하다 보니 무조건 다 좋다는 식으로 써놨는데, 모든 것에 일장일단이 있듯이 이 전투 시스템도 아쉬운 점들이 제법 있다. 액션과 턴제를 혼합했다는 말은, 다르게 말하면 액션의 장점도 일부 포기하고 턴제의 장점도 일부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투에 턴제 요소를 넣었다 한들 결국에는 적과 실시간으로 공격을 주고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보고 막을 수 있는 여유를 줘야 하는데, 적들의 공격 속도에 비해 캐릭터의 공수 전환이 굼떠서 나는 분명히 가드를 눌렀는데 그냥 쳐맞을 때가 있다 (특히 보스전).

     

    무작정 큰 기술로 돌격하지 말고 좀 간을 보면서 보스 패턴을 파악하라는 의도인가 본데, 이게 턴제 게임이었다면 내 턴 때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턴을 넘기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처리가 되었겠지만 실시간 전투에서는 언제 갑자기 공격할지 모르는 적을 내가 하염없이 기다리는 식으로 되버려서 가끔 전투가 늘어지는 느낌이다.

     

    여러 캐릭터를 조종하는 형식에서도 액션 장르랑 좀 안 맞는 부분이 있었다. 전투 시 캐릭터가 최대 세 명 참가할 수 있고 플레이어는 그 중 한 명을 조종하다가 키 하나만 간단히 누르면 바로 다른 캐릭터를 조종할 수 있다. 조종을 바꾸지 않고 커맨드만 지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아군의 ATB 게이지는 AI가 알아서 써주지 않기 때문에 직접 다 지정해줘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캐릭터한테만 항상 적의 어그로가 끌린다는 것이다. 근거리 캐릭터들은 기동성이 좋으니 어그로가 좀 끌려도 괜찮지만, 원거리 캐릭터들은 한 번 맞기 시작하면 쉽게 빠져나오기 힘들다. 역시 턴제 게임이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인 것이, 턴제에서는 한 캐릭터한테 어그로가 몰린다고 그 캐릭터의 턴을 스킵한다든지 패널티가 없지만 (그 캐릭터가 죽지 않는 이상), 액션 게임에서는 캐릭터한테 경직 애니메이션이 걸리니까 거의 턴을 날리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원거리 캐릭터를 하고 싶어도 잘 안 하게 된다.

     

    원거리 캐릭터가 방해받지 않고 공격하려면 근거리 캐릭터가 어그로를 끌어줘야 한다

     

    파이널 판타지 팬이라면 뽕이 차오를 파판 감성

    스토리와 게임플레이에 대해 빡세게 따져보았으니, 슬슬 한 걸음 물러서서 편한 마음으로 이 게임의 비주얼과 음악에 대해 내 주관을 듬뿍 담아서 얘기해보고 싶다. 앞에서 스토리에 대해 얘기할 때는 원작을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 아쉬웠던 점을 잔뜩 나열했지만, 반대로 원작을 모르는 나도 파판 감성에 취하는 디테일들이 많았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 관심이 많은 팬으로서 파판7의 배경 음악은 많이 들어보았기에, 에어리스의 테마곡 같은 노래가 흘러나올 때 뭔가 그 묘한 기분은 정말 좋았다. 마음에 평안이 오면서 동시에 경건해지는 느낌, 어떤 아름다운 광경을 목격한 듯한 느낌. 게임 내에서 에어리스라는 캐릭터와 인사하는 장면에 딱 맞는 브금이라 생각한다. 항상 느꼈던 거지만 게임 음악은 예나 지금이나 게임사들이 참 잘 만드는 것 같다. 특히 스퀘어 에닉스에서 나오는 게임들은, 게임이 재미없는 경우는 좀 있있어도 음악이 실망스러웠던 적은 드물었던 것 같다.

     

    교회 꽃밭 장면은 진짜 예쁘게 뽑혔다

    티파의 테마곡도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이 쪽은 또 뭔가 향수에 젖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곡인데, 설정상 주인공 클라우드와 어린 시절 소꿉친구인티파에 역시 딱 맞는 곡 같다. 파판7 테마곡들은 꼭 파판7 영상이 아니더라도 게임 관련 영상에서 브금으로 자주 쓰이기도 하고 (특히 전투 브금은 정말 많이 들어본 것 같다) 사람들이 편곡해서 막 올려놓기도 하지만 이렇게 인게임으로 컷신과 함께 들으니까 감회가 새로웠다.

     

    성우들의 더빙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영어 더빙 기준). 전체적으로 캐릭터들의 이미지와 더빙 연기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고, 특히 바레트 성우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섬세하진 못하지만 시원시원하면서 호탕하고 팀의 리더로서 믿음직한 모습을 잘 표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캐릭터들끼리 잡담하는 것을 들으며 피식피식 웃는 걸 즐기기 때문에, 성우들의 연기를 통해 캐릭터들의 성격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는 게 좋았다.

     

    한 가지 또 마음에 들었던 것은, 리메이크인 만큼 원작의 장면들을 제법 잘 재현했다는 점이다. 나는 해당 사항이 없지만, 원작에 대한 추억이 있는 사람들은 주요 장면들에서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원작과 비교했을 때 어떤 식으로 달라졌는지 생각해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파판 게임에서 빠질 수 없는 대표 몬스터들도 빠짐없이 모두 출석하기 때문에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하며 때려잡을 수 있다. 소환수들도 나오긴 하는데, 이펙트는 화려하지만 다른 게임들에 비해 소환수들이 스토리 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서 (사실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 그냥 마법, 스킬과 함께 또 다른 공격 방법으로써 소환수를 소환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생각해보니 내가 파판10 이후로 해본 파판13과 15에서도 소환수들이 의미 있는 역할을 맡지는 않았던 것 같다 (11,12,14는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나는 전투 중에 거대한 소환수가 끼어드는 게 싫어서 상관 없었지만 그 쪽을 기대했던 플레이어들은 조금 아쉬울 수 있겠다.

     

     

    플래티넘 트로피: 하드 모드 2회차와 히든 보스

    이 게임은 트로피 중에 하나가 전 챕터를 하드 난이도로 클리어하는 것인데, 이 하드 난이도라는게 처음부터 개방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일단 노말 난이도로 클리어하면 비로소 열린다. 그래서 사실상 2회차를 하드로 플레이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1회차 클리어 후에 비로소 하드 난이도가 개방된다

    하드 난이도에서는 단순히 적들이 강해질 뿐만 아니라, 아이템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벤치나 침대와 같은 회복 지점에서 마나를 채울 수 없다. 사실 적이 세지는 것보다 마나를 회복할 수 없다는 점이 더 골치 아프다. 체력은 마나를 사용해서 마법으로 언제든지 회복할 수 있지만, 마나는 안정적인 회복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챕터를 새로 시작할 때 파티 전원의 마나를 모두 채워주니, 매 챕터마다 제한된 마나 가지고 챕터 끝까지 버텨야 하는 셈이다.

     

    마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챕터 후반에 이렇게 피만 많고 마나가 없다

    물론 마나를 채울 수단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맵에 놓여져있는 상자들을 부수면 운 좋게 마나 회복이 뜨기는 하지만 애초에 랜덤이라 별로 믿을 만한 방법은 못 된다. 또한 캐릭터 중 에어리스가 마나 흡수 스킬이 있는데, 흡수량이 시원찮을뿐더러 다른 캐릭터들은 그런 스킬이 없어서 역시 별로다. 마나 자연회복도 있는 것 같긴 한데 그 정도가 너무 미미해서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결국, 잡몹이랑 싸울 때에는 마나를 최대한 아끼다가 챕터의 보스전에서 다 써버리는 식으로 플레이하게 된다.

     

    상자에서는 아이템이나 마나 회복이 무작위로 뜬다

    보스전에서 마나를 막 쓰지 않고 나름 머리를 써가며 아이템의 도움 없이 깰 수 있도록 전략을 짜야 하는 것이, 2회차가 새롭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것 말고 2회차에 신선함을 부여하는 요소가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다. 보스 말고 잡몹을 잡을 때에는 마나를 아껴써야 하는 것이 재미있기는커녕 오히려 성가신 편이다. 2회차를 완전히 새로운 파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1회차를 클리어한 데이터를 가지고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뉴 게임 플러스), 대부분의 잡몹들이 스킬 한방에 떨어져 나가는지라 재미있을 껀덕지가 별로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하드 난이도에서 공격 패턴이 바뀌는 보스도 거의 없고, 새로 추가되는 기술이나 마법도 없다. 많은 RPG들에서는 플레이어가 2회차, 3회차를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퀘스트나 이벤트를 넣거나 훨씬 어려운 난이도, 완전히 다른 플레이스타일 등을 제공하는데 여기서는 트로피 말고 2회차를 깨도록 유도하는 요인이 별로 없다. 기껏해야 보스전 정도인데, 정 하드 모드를 넣고 싶었으면 차라리 보스 러쉬 모드 형태로 넣는게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차피 다 본 컷신들이고 어차피 다 본 몹들이니까 1회차랑 달라진 부분만 잘 포장해도 괜찮았을텐데, 억지로 플레이타임을 늘리려는 느낌을 받았다.

     

    플레이어에게 마법 반사를 걸어 회복을 못하게 하는 패턴이 추가되기도 한다

    플래티넘을 따기 위해 또 해야 하는 일은, 바로 히든 보스를 처치하는 것이다. 1회차를 깨고 나면 특정 챕터에서 별다른 조건 없이 바로 히든 보스에 도전할 수 있는데, 생각보다 쉬워서 두세번만에 깨버렸다. 5번의 보스전을 연속으로 깨면 되는 형식이다 (하나 깰 때마다 체력과 마나를 일부 회복시켜준다). 첫 4라운드는 이미 전에 싸웠던 보스들이고, 마지막 5라운드의 보스가 새로 보던 애였다. 히든 보스니까 원작이나 파생작에서 악명 높았던 몬스터들을 데리고 올 줄 알았지만 따로 조사해보니 그냥 원작에서 나오는 보통 보스의 변형이었다. 다음 리메이크들에서는 좀 더 위협적인 보스가 나오면 좋을 것 같다.

     

    한 시간 동안 계속 싸워야 하는 미친 보스가 나올 줄 알았지만 그냥 좀 큰 로봇이었다

     

    결론: 후속작도 재밌을 거란 믿음을 주지만 애초에 단일 작품이었으면 훨씬 좋았을 게임

    파판7 원작 팬은 물론이고 평범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팬이라면 좋아할 파판 감성을 잘 살렸으며, 핵심 게임플레이 요소인 전투 시스템도 기존 파판 스타일의 턴제 방식을 대중적인 액션 장르에 잘 접목해 파판15라는 대참사로부터 한껏 발전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후 리메이크들은 갓겜까지는 몰라도 최소 수작일 것이라는 믿음을 충분히 준다고 생각한다 (파판15 좋아하는 분들한테는 미안하지만 내가 워낙 15를 싫어해서.. 적당히 농담으로 받아들여주길 바란다).

     

    하지만 메인 악역인 세피로스를 보여주느라 애매해진 메인 스토리와 별로 흥미롭지 못한 서브퀘스트들로 인해, 분할 판매가 결정된 후 스토리가 짧아져버린 본작의 플레이타임을 늘리기 위해 컨텐츠를 억지로 집어넣었다는 오명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게임 데이터가 좀 과하게 커지더라도 하나의 게임으로 만들어서 쓸 데 없는 컨텐츠를 삽입하지 않아도 되게끔 했으면 원작의 명성을 더 잘 이어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어차피 난 이후 리메이크들도 사서 해볼 생각인데, 팬 서비스 한답시고 이번 게임처럼 주요 인물을 스토리에 어울리지 않게 갑자기 보여주는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잭스라는 인물이 좀 수상하던데.. 지켜보겠어). 원작의 파생작도 여러 개 있으니, 뚱딴지 같은 서브퀘스트 말고 파판7 세계관과 관련된 서브 컨텐츠를 만들어주면 분할 판매에 대한 비판도 잦아들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파판16이 또 공개되어서, 리메이크 파트2가 나올 때 즈음에는 이번 게임은 이미 까먹었을지도.. 아무튼 플스5 사놓고 기다릴테니 재미있게 나오기를 기대한다.

     

    히든 보스 깨다가 얼떨결에 찍힌 플래티넘 스샷으로 마무리한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