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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 블레이드 (2024, PS5)
몇 년 전부터 국내의 큰 게임사들이 세계 콘솔게임 시장에 도전하기 시작하고, 그 흐름 속의 한 작품으로 출시된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 나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기만 하다가, 이 게임의 전투 액션이 세키로와 닮았다는 점을 보고 바로 구매해서 플레이하게 되었다.
다채로운 무기를 가지고 적을 다양한 방법으로 쓰러뜨리기보다는, 막기와 저스트 가드 (패링), 저스트 회피 위주의 기본기로 싸우는 것이 메인인 전투 시스템이라 내 취향에는 정말 잘 맞았다. 난이도로만 따지자면 세키로보다는 훨씬 관대한 편이라는 생각이 들고, 특히 개인적으로 좋았던 점은 적의 공격 모션이 크고 분명하게 보이는 편인지라 딱히 불합리하거나 억까로 느껴지는 공격 패턴은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들린다.. 카마인의 목소리가 반면에 좀 아쉬웠던 점은, 서브퀘스트나 외전으로 풀어나갈 만한 스토리 소재나 각종 등장 인물들의 뒷이야기가 잔뜩 있던 것 같은데 이를 자세히 보여주지 않은 체로 게임이 끝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게임의 스토리가 뻔했고 캐릭터들이 별로 매력없다는 평을 많이 받은 모양이다.
내가 감히 평가하기에는, 몰입감 있는 액션으로 핵심 게임플레이는 잘 잡아서 충분히 수작이라 할 만은 하나, 결국에는 프롬 소프트웨어의 소울류 장르를 벗어나지 못해 근본 다크소울 시리즈나 세키로, 엘든 링을 제치고 이 게임을 먼저 할 큰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작품인 만큼, 스토리나 세계관에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나 감성을 넣어 변별력을 더 갖추거나, 게임 진행 방식에 무언가 특별한 요소를 넣어 전투 외적인 면에서 재미를 더 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Pokémon LEGENDS 아르세우스 (2022, Switch)
발매되었을 때 좀 하다가 그만두고, 다시 얼마 전부터 잡아서 하고 있는 작품. 오픈 월드 장르라는 이름 하에 만들어진, 서로 비슷비슷한 수많은 게임들한테 잔뜩 데인 터라 개인적으로는 오픈 월드 장르를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다. 이 게임을 처음 했을 때도 아마 그 선입견이 남아 있었을 것이고, 특히나 나는 포켓몬이나 젤다 같이 오래된 시리즈는 그 옛 플레이 방식을 그대로 간직해주기를 바라는 꼰대라서, 포켓몬도 이번 작을 통해 오픈 월드 장르에 본격적으로 도전한다 했을 때 반감이 크게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2025년이 된 이 시점, 레전드 아르세우스는 스칼렛·바이올렛이나 소드·실드 같은 메인 시리즈와 확실히 차별화된 오픈 월드 감성에 대해 호평을 받아왔으며 심지어 후속작 발매를 앞두고 있는 상황. 성능 최적화 이슈도, 스칼렛·바이올렛에 비하면 양반인 편이었다.
게임의 장르로 인해 호불호는 제법 갈리는 것 같지만, 뒤늦게 다시 해보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신선한 느낌이라서 잘 즐기고 있다. 특히 멀티플레이어 요소가 사실상 아예 없어, 혼자 집 안에 갇혀서 하기에 정말 좋다.
미제사건은 끝내야 하니까 (2024, PC)
우연히 유튜브에서, '국산 게임이 국제 모 게임 대회에서 큰 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받고 알게 된 게임. 플레이타임도 짧다 해서 부담 없이 바로 사서 해봤다.
화면의 큰 변화나 시각적으로 화려한 요소는 전혀 없고, 게임 내내 텍스트 박스들을 이리저리 정리정돈해야 해서 살짝 루즈해지는 순간들이 있기는 하지만, 스토리의 결정적인 반전을 전달하기 위한 장치들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오히려, 텍스트 중심 게임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이야기 전달 방식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마지막 엔딩 부분을 플레이어가 보게끔 한 순서도 정말 좋았다. 대부분의 유저가 어떤 방식으로 플레이할지를 많이 고민하고 설계한 티가 났다고 생각한다. 간만에 여운이 남는 게임이었다.